n번방 논란되니 "입장한 사람도 처벌 검토" 발표⋯적용 법 물어보니, 법무부는 묵묵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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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논란되니 "입장한 사람도 처벌 검토" 발표⋯적용 법 물어보니, 법무부는 묵묵부답

2020. 03. 24 20:33 작성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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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한다"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서 n번방 관련 대국민 사과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검토 보도자료에 핵심 내용은 없었다

여러 차례 문의 시도했으나⋯"답변 가능한 직원이 없다"며 서로 미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 성착취 등 디지털 성범죄에 강력 대응 방침에 대해 브리핑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미온적 대응이 빚은 참사입니다. 반성합니다."


법무부는 24일 'n번방' 사건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브리핑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은 추미애 장관은 "이런 세상에 우리 딸들의 미래가 있겠느냐"며 고개를 숙였다.


장관이 직접 사과한 만큼 이날 배포된 보도자료에는 전향적인 방안이 담겼다. 그중에서도 "'n번방' 가담자들에게 범죄단체조직죄의 적용을 검토하겠다"는 부분이 크게 주목받았다. 조직폭력배나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적용해오던 법 조항을 'n번방' 사건에도 적용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이 조항이 적용되면 "단순히 'n번방'에 입장만 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가입자 전원이 범죄 단체로 엮여 '박사' 조주빈과 함께 처벌될 수밖에 없다.


'범죄단체조직죄'의 핵심 내용은 빠진 법무부 보도자료

그런데 보도자료에는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n번방'이 어떤 '범죄 목적'으로 결성된 단체인지가 빠져 있었다. 'n번방'에 대한 법무부의 생각이 어떤지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핵심 내용이 빠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범죄 목적'이 중요한 진짜 이유는 또 있다. 이 부분이 범죄단체조직죄의 처벌 형량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어떤 범죄단체가 사기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면, 그 전체 구성원은 '사기죄'의 형량에 맞춰 처벌을 받는다. 만일 살인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면, '살인죄'를 기준으로 형량이 결정된다. 이 때문에 'n번방'이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진 범죄단체인지는 매우 중요하다. 목적에 따라 형량 차이가 엄청나게 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n번방' 일당들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하기 위해 조직을 만들었다"고 볼 경우, 가담한 사람들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되지만, "성착취물을 유포하기 위해 단체를 조직했다"고 볼 경우엔 '7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량이 뚝 떨어진다.


'어떤 목적'으로 적용할 것인지 문의하려 했으나⋯어디서도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본지는 이날 보도자료에 기재된 담당 과장 번호로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답은 들을 수 없었다. 책임자인 담당 과장이 출장으로 자리를 비웠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가 "대변인실로 연결해드리겠다"고 했으나, 대변인실은 "담당과에 문의해야 한다"며 서로 답을 미뤘다.


확인을 위해 다시 담당과에 문의를 시도했다. 하지만 5분 전까지 연결됐던 대표 번호는 '뚜-뚜-뚜-' 소리만 낼 뿐, 연결이 되지 않았다. 겨우 다른 안내 번호를 찾아 통화가 이뤄졌으나, 이번엔 "담당하는 과장님이 (출장에서) 언제 돌아오실지 모르겠다"고 답을 피했다.


보도자료에 담당 직원과 그 사람의 연락처를 표기하는 건, 해당 보도자료에 문의 사항이 있으면 이쪽으로 전화를 하라는 취지다. 이 때문에 자신이 담당한 보도자료가 배포될 경우 웬만하면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어디에 갔느냐"는 질문에 법무부 담당자는 "장관님 모시러⋯"라고 답했다. 이어 "답변이 가능한 다른 직원은 없다"고 했다.


세 번째 전화를 걸었을 때 "질의응답은 대변인실을 거쳐야 한다"는 답만 들었다. 결국 '도돌이표'였다. 다시 전화를 걸었으나 대변인실은 아예 받지 않았다.


법무부보다 앞서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주장한 변호사

이번에 법무부가 밝힌 '범죄단체조직죄' 검토는 법조계에서 처음 등장한 주장은 아니었다. 이틀 앞서 "이 죄로 일반 회원들까지 모두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 변호사가 있었다.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다.


당시 김 변호사는 "방에 입장만 한 일반 회원들까지 모두 처벌할 방법이 있다"며 그 근거로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를 제시했다. 다만, 이 죄는 성립 요건으로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인 점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김 변호사는 "n번방이 목적으로 하는 범죄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는 아청법상 '제작죄'"라고 콕 집어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는 보도자료에서 'n번방의 범죄 목적'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다. "강력 대응"을 약속했지만, 어떤 죄를 적용할지는 미지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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