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400개 분류하다 고가 상품 분실한 택배기사, 실수인데 절도범 될까?
택배 400개 분류하다 고가 상품 분실한 택배기사, 실수인데 절도범 될까?
실수로 고가 휴대폰 상품 분실
'훔칠 의도' 없었단 점 입증이 관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하루 평균 350~400개의 택배를 분류하고 배송하던 택배기사 A씨.
그는 분류 작업 중 생긴 실수로 하루아침에 절도 피의자가 됐다. 자신의 배송 구역(라우트) 물건인 줄 알고 가져온 상자가 고가의 휴대폰이었고, 회사는 A씨를 절도 혐의로 지목했다.
검찰은 A씨를 기소했고,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과연 A씨는 혐의를 벗을 수 있을까?
'훔칠 의도' 없었다면 절도 아냐…업무상 착오였음 증명해야
A씨가 택배 분류 작업 중 다른 라우트의 물건을 가져오면서 사건은 시작됐다.
A씨는 평소에도 분류 과정에서 다른 라우트 물건이 섞이는 일이 빈번했고, 해당 물건에 자신의 라우트 번호가 있어 무심코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물건은 고가의 휴대폰이었고, 이후 분실 처리되면서 문제가 커졌다.
변호사들은 이 사건의 핵심이 A씨에게 '불법영득의사(불법적으로 다른 사람의 물건을 자기 것처럼 취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라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명중의 임승빈 변호사는 "단순 분류 착오와 절취의 고의는 명백히 구분되어야 한다"며 "타 라우트 물건을 가져온 행위에 '가질 의도'가 있었느냐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임호균 변호사 역시 "절도죄는 단순히 타인의 물건을 가져온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어야 한다"며 "업무상 착오로 가져온 것이라면 고의와 불법영득의사를 다툴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스캔기록 없어 불리한 정황…"업무 환경으로 반박해야"
A씨에게 불리한 정황도 있다. 분실된 물건이 고가품이고, 배송을 위한 스캔 기록이 없다는 점이다.
경찰 역시 A씨에게 "회사에서 100% 확신하니 진정을 넣은 것"이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당시 업무 환경을 근거로 적극 반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루 350~400개에 달하는 대량의 물품을 처리하는 혼잡한 업무 환경에서는 착오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일로의 채민수 변호사는 "하루 평균 350~400개 배송을 처리하는 업무 환경, 분류 중 타 라우트 물품이 섞이는 일이 빈번했다는 점 등은 고의 부인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캔 기록이 없다는 점에 대해 법무법인 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스캔 기록이 없는 이유 역시 고의적 누락이 아니라 업무 착오에 의한 결과임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억울하면 의견서 제출하라"…의견서 어떻게 써야 할까
다행히 검찰은 A씨에게 억울한 점이 있다면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안내했다. 이는 A씨의 주장을 검토해 보겠다는 의미로, 매우 중요한 기회다.
변호사들은 단순히 '억울하다'고 감정적으로 호소하기보다, 절도 고의가 없었음을 객관적인 사실과 논리로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견서에는 당시 분류 업무 방식, 타 라우트 물건이 섞이는 것이 일상적이었다는 점, 해당 물건을 자신의 라우트 물건으로 오인한 경위 등을 시간순으로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의견서는 '나는 억울하다'가 아니라, 고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는다는 구조로 사실과 자료를 촘촘히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한강의 고용준 변호사는 "같은 현장에서 근무한 기사들의 진술이나 분류 방식에 관한 자료, CCTV, 업무매뉴얼 등 객관적인 자료가 있다면 함께 제출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