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좀 살려달라' 무릎 꿇은 부모들 그 절규가 향하는 곳
'우리 아이 좀 살려달라' 무릎 꿇은 부모들 그 절규가 향하는 곳
특수학교 설립, 왜 이토록 어려운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서울의 한복판, 발달 장애인 아들을 둔 유인숙 씨의 하루는 새벽 6시에 시작된다. 아들을 깨워 3시간이나 걸리는 버스 통학길에 올려보내는 것이 그의 일상이다. 유 씨의 아들이 사는 중랑구에는 특수학교가 없어 8년간 매일같이 이 고된 통학을 감당해야만 했다. '학교라도 보낼 수 있어 감지덕지'라는 유 씨의 말은 절박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유 씨의 아픔은 비단 한 가정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 성동구에 지어질 예정이었던 성진학교 역시 비슷한 위기에 처했다. 이미 모든 심의를 통과하고 서울시의회 최종 의결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일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설립이 보류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서울 전체 25개 자치구 중 지체 장애 학생을 위한 공립 특수학교는 단 7곳에 불과한 현실은, 많은 장애 학생과 그 가족에게 장거리 통학을 강요하는 원인이다.
집값 하락? '좋은 학교' 유치? 엇갈린 이해관계
성진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요 원인은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다. 지난 6월 열린 주민설명회에서는 "일반고를 세워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서울시의회 교육위 소속 황철규 의원 또한 "성진학교는 다른 곳에 짓고, 성수공고 자리에는 '좋은 학교'를 유치해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장애 학부모들은 강력히 반발한다. 이들은 "한번 밀려나면 같은 이유로 계속 부지를 옮겨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중랑구에 설립 예정이었던 동진학교는 주민 반대로 부지를 8차례나 옮긴 끝에 10년이 넘어서야 겨우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 사이 학교를 간절히 기다리던 학생들은 이미 졸업을 하고 말았다.
"교육권 아닌 생존권" 무릎 꿇은 부모의 절규
지난 8월 27일, 장애 학생 학부모 150여 명은 서울시의회 앞에 모여 성진학교 설립을 촉구했다. 중증 장애 자녀를 둔 권숙 씨는 "스스로 한 발 내딛지도 못하는 아이를 새벽부터 깨워 하루 왕복 세네 시간씩 차에 태워 보내야 하는 심정을 아느냐"고 호소했다.
이들은 "우리에겐 교육권이 아니라 생존권"이라며 "우리 아이들과 저희를 좀 살려달라" 외치며 무릎을 꿇었다.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은 현장을 찾아 "성진학교 설립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서울시의회 최호정 의장과의 면담에서도 확답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법적 의무 vs. 주민 반대 해법은 어디에
법은 장애인의 교육권을 보장한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자체는 특수교육대상자의 편의를 고려해 특수교육기관을 균형 있게 설치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법원 판례는 특수학교 설립이 인근 주민에게 다소 불편을 초래하더라도, 장애 학생이 교육을 받지 못해 겪는 고통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시설 건립의 문제를 넘어선다. 이는 사회적 포용과 통합이라는 더 큰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진다.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과 소통, 그리고 법적 의무를 이행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무릎 꿇은 부모들의 절규가 더 이상 외침으로 끝나지 않도록, 사회 전체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