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드름 맞고 피 흘렸는데…“본 적 없다”는 건물주, 민사소송으로 책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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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름 맞고 피 흘렸는데…“본 적 없다”는 건물주, 민사소송으로 책임 묻는다

2026. 04. 03 13:35 작성2026. 04. 13 13:47 수정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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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증거부족’ 종결

치료비 눈덩이, 구제 방법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2026년 1월, 하늘에서 떨어진 고드름에 머리를 다친 시민.


사고 직후 합의를 말하던 건물주는 돌연 입장을 바꿔 책임을 회피하고, 경찰마저 증거가 부족하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나날이 불어나는 치료비 앞에 홀로 선 피해자가 법의 보호를 받을 길은 없는지,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그 해법을 짚어봤다.


"합의하자더니 이제 와 딴소리”…피해자 두 번 울리는 건물주

2026년 1월 29일, A씨의 머리 위로 날벼락이 떨어졌다.


길을 걷다 건물에서 떨어진 고드름에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는 부상을 당한 것이다.


사고 직후 병원에서 봉합 치료를 받았지만, 고통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원래 경미하게 있던 디스크 증상마저 사고 충격으로 악화돼 일상생활과 업무 모두에 지장이 생겼다.


억울했던 A씨는 곧바로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현장을 방문한 구청 직원은 핏자국 사진까지 촬영해갔다.


심지어 사고 초기 건물 관리자는 먼저 “합의하자”며 합의서 작성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급반전됐다.


건물 측이 갑자기 “그런 사실을 본 적도 없고 모른다”며 오리발을 내민 것이다.


A씨는 진단서와 구청 사진까지 모두 경찰에 제출했지만, 돌아온 것은 CCTV 저장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내려진 ‘증거 부족’ 불송치 결정이었다.


A씨는 “이로 인해 치료비와 생활 피해는 계속 커지고 있는데, 정작 건물 측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상황이라 너무 답답하고 억울하네요”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경찰이 끝내도 민사는 다르다…“인과관계 입증이 핵심”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형사 책임과 민사 책임은 별개의 잣대로 판단된다고 조언한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하영우 변호사는 “민사에서는 형사와 달리 ‘고도의 입증’이 아닌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배상 책임이 인정됩니다”라고 설명했다.


건물 소유자나 관리자는 겨울철 고드름처럼 예견 가능한 위험을 방지할 의무가 있다(민법 제758조 공작물책임).


이를 게을리해 사고가 발생했다면, 그 자체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CCTV 영상이 없더라도 A씨에게는 이를 뒤집을 만한 ‘간접 증거’들이 있다.


변호사들은 ▲구청 직원이 찍은 현장 사진 ▲사고 직후의 병원 진단서 ▲초기에 건물 관리자가 합의를 시도했던 정황 등을 핵심 증거로 꼽았다.


이 증거들이 사고 발생 사실을 일관되게 가리킨다면, 상대방이 부인하더라도 재판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사고로 악화된 디스크, 어디까지 보상받을 수 있나?

A씨의 또 다른 걱정거리는 사고로 심해진 디스크 증상이다.


이 부분도 손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가능하다’고 답하면서도, 보상 범위에는 조건이 붙는다고 말한다.


이처럼 사고로 기존 질병이 악화된 경우를 ‘기왕증’이라 하는데, 법률사무소 한강 이주한 변호사는 “디스크 악화 부분은 전부 인정되기보다는, 기존 질환이 있었던 점을 고려해 ‘기여도’ 또는 ‘악화된 범위’만 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라고 말했다.


즉, 법원은 사고가 증상 악화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쳤는지 그 비율을 따져 배상액을 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고 전에는 증상이 경미했다는 사실과 사고 후 급격히 악화되었다는 경과를 의료기록, MRI 영상 비교, 전문의 소견서 등을 통해 명확히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 된다.


‘이의제기’보다 ‘민사소송’…현실적인 해법은?

그렇다면 A씨가 지금 당장 취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조치는 무엇일까.


다수의 변호사들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제기’를 하는 것보다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위한 ‘민사소송’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새로운 증거 없이는 형사 처분을 뒤집기 어렵지만, 민사소송은 현재 가진 증거만으로도 충분히 다툴 수 있기 때문이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는 “현재 상황에서는 구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하여 현장 사진과 민원 기록 등 객관적 자료를 공식적으로 확보하시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치료비, 일하지 못한 기간의 손해(휴업손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등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이야말로 A씨가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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