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회 공짜 주차, '컴퓨터 사기' 덫에 걸린 20대 취준생
170회 공짜 주차, '컴퓨터 사기' 덫에 걸린 20대 취준생
"전과만은..." 기소유예 희망하지만, 반복 범행에 '벌금형' 위기

아파트 주차 시스템 허점을 이용해 10개월간 170차례 주차비를 내지 않은 20대 취업준비생이 '컴퓨터등사용사기' 혐의로 고소될 위기에 처했다. / AI 생성 이미지
아파트 주차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해 10개월간 170차례 주차비를 내지 않은 20대 취업준비생이 '컴퓨터 등 사용사기' 혐의로 고소될 위기에 처했다.
전과 기록 없이 사건을 마무리하길 희망하며 법률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했지만, 범행의 반복성과 계획성 때문에 죄질이 무거워 자칫 벌금형 이상의 전과가 남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합리적인 피해 변상과 변호인의 전략적 조력이 기소유예를 가를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과 남기기 싫어요"…170번의 무단주차, 20대 취준생의 후회
취업을 준비하는 20대 A씨는 지난 10개월간 지인의 아파트 주차장을 드나들며 주차비를 내지 않았다. 처음에는 지인이 보유한 주차권을 사용했지만, 이를 모두 소진하자 시스템의 보안 취약점을 노렸다.
다른 입주민의 계정에 단순한 초기 비밀번호로 무단 로그인한 뒤, 타인 명의의 주차권을 자신의 차량에 할당하는 방식으로 약 170일간 주차장을 무단 이용했다.
이 사실을 포착한 관리사무소가 '컴퓨터 등 사용사기' 혐의로 고소를 검토하자 A씨는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는 "전과를 남기기 싫어서 기소유예를 바라고 있습니다"라며 법률 상담의 문을 두드렸다.
'요금 폭탄' 요구에 맞서는 법…변호사들이 제시한 '합리적 기준'
A씨의 가장 큰 고민은 관리사무소와의 합의금 문제다. 만약 관리사무소가 30분당 1,500원의 일반 요금을 24시간 내내 적용하는 등 징벌적 성격의 과도한 금액을 요구할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실제 발생한 손해액'을 기준으로 합리적인 협상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열 변호사(법무법인 엘케이비평산)는 "24시간 풀타임 주차 요금이 아닌, 해당 아파트의 '외부인 월 정기권' 요금이나 '방문객 일일 최대 요금'을 기준으로 총액을 산정해 협의해 보세요"라고 조언했다.
추민경 변호사(법률사무소 온경)는 "상대방이 과하게 부르는 경우에도 그대로 끌려가기보다는, 실제 이용 시간이나 주차장 요금표, 정기권 기준 등을 기준으로 '객관적인 피해액'을 먼저 계산해서 제시하는 게 좋습니다"라며 객관적 근거를 통한 협상을 주문했다.
합의 결렬 시 '공탁' 카드…'취준생 신분'도 선처 호소 전략
기소유예 처분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지만, 전문가들은 합의가 결렬될 경우를 대비한 '플랜 B'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관리사무소가 과도한 금액을 고집하며 합의를 거부한다면, 형사공탁 제도를 통해 피해 회복 의지를 수사기관에 보여주는 것이 차선책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진열 변호사는 "수사단계에서 관리소가 합의를 거부하면, 합의금으로 제시했던 액수와 함께께 '나는 변제할 준비가 되어 있으나 상대가 거부하여 공탁을 준비 중이다'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하십시오"라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A씨의 '취준생' 신분을 선처를 호소하는 데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정 변호사는 "'앞날이 구만리인 청년이 한순간의 잘못으로 전과자가 되어 사회 진출이 막히는 것이 가혹하다'는 논리를 펴야 합니다"라며 취업 준비 중임을 증명할 자료 제출을 권했다.
'숨겨진 혐의'의 위험…자백 사건에 변호사가 필수적인 이유
A씨처럼 혐의를 모두 인정하는 '자백 사건'이라도 변호사 선임은 결과에 결정적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이번 사건이 단순 컴퓨터 등 사용사기를 넘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까지 추가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이시완 변호사(법률사무소 평정)는 "한 가지 반드시 유의하실 점은, 타인 계정 무단 접속 행위가 컴퓨터등사용사기 외에 정보통신망법 위반까지 추가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적용 법조가 늘어날수록 처분 수위가 높아지므로, 수사 초기부터 이를 최소화하는 법리적 방어가 병행되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희범 변호사(라미 법률사무소) 역시 타인 계정 무단 로그인 행위가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동훈 변호사(클리어 법률사무소)는 합의 과정에서의 변호사 역할을 강조하며 "당사자가 직접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면 감정적 마찰로 상황이 악화될 수 있으나, 제3자인 변호사가 개입하면 객관적이고 원만한 합의 도출이 가능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법리 검토부터 합의 협상, 양형 자료 준비까지 전 과정에 걸친 변호사의 전략적 조력이 '기소유예'와 '벌금형 전과'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