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라서 좋겠다" 남보다 못한 사이도 있습니다
"쌍둥이라서 좋겠다" 남보다 못한 사이도 있습니다

좋은 것만 나누는 우애 좋은 쌍둥이도 있겠지만, 판결문을 통해 드러난 일부 쌍둥이들의 면면은 오히려 남보다 못한 사이였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내가 두 명이면 좋겠다."
무심코 이런 상상을 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주로 '피하고 싶은 상황'에 직면했을 때다.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은 머릿속에서만 상상해 보다가 그칠 일. 하지만 이걸 실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그리고 실제로 옮긴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생김새가 똑 닮은 '쌍둥이'가 있는 경우다.
좋은 것만 나누는 우애 좋은 쌍둥이도 있겠지만, 판결문을 통해 드러난 일부 쌍둥이들의 면면은 오히려 남보다 못한 사이였다.
로톡뉴스는 최근 2년간 대법원이 인터넷에 공개한 형사 판결문 중 '쌍둥이'가 피고인으로 등장하는 사건을 추렸다. 총 32건이었다(중복사건 제외).

이러한 '쌍둥이 사건'의 유형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① 쌍둥이 한 명이 다른 형제·자매를 사칭 (19건, 59.4%)
② 쌍둥이가 함께 범행 (13건, 40.6%)
이처럼 쌍둥이가 자신과 닮은 형제·자매를 사칭해서 범죄에 악용하는 유형이 전체 사건 중 절반을 넘게 차지했다(①). 가장 많이 저지른 범죄도 단연 '사기'였다(10건, 31.2%). 생김새가 유사하다는 점을 이용해 남들을 속이고, 돈을 받아내거나 무전취식을 하는 식이었다.
그중엔 자신을 쌍둥이 형인 척 꾸며, 부동산 업자에게 형의 아파트 분양권을 몰래 팔아넘긴 전과 22범 동생도 있었다. 당시 쌍둥이 형제는 한 집에 살고 있었기에, 동생 A씨가 형 신분증을 구하는 건 손쉬운 일이었다. 부동산 업자 역시 생김새가 닮은 쌍둥이에다 형의 실물 신분증까지 챙겨온 A씨 말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쌍둥이 형을 사칭해 사기를 친 A씨에게 징역 3년 6월을 확정했다.
2위는 음주운전이나 무면허 운전 같은 교통범죄가 차지했다(7건, 21.9%). 교통법규를 어긴 혐의로 경찰에 적발되는 순간, 쌍둥이 형제·자매의 신분증을 건네 상황을 모면하려다 일을 키운 것이다.
무면허 운전 전력만 5번, 교도소를 11번 넘게 들락날락 한 B씨도 그 중 하나였다. 이번엔 무면허 상태에서 술까지 마셨다. 그리곤 막상 경찰에게 적발되자 평소 외우고 다니던 쌍둥이 형의 주민등록번호를 대고, 형 행세를 하며 진술서까지 썼다. 지난 2020년 11월, 울산지법은 그런 B씨에게 "법과 사법체계에 대한 존중이 매우 부족하다"며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쌍둥이가 힘을 합쳐 공동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전체 32건 가운데 13건으로 40.6%에 해당했다(②). 이 중 상당수는 폭력 범죄였다. 쌍둥이 둘이 함께 있다가 이들 중 한 명이 주변인들과 마찰이 생기면, 곧장 다른 한 명이 나섰다가 나란히 재판을 받았다.
지난 2020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선 폭행 혐의로 기소된 쌍둥이 2명에게 모두 징역 1년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이들은 함께 견인차 운전사로 일하던 피해자와 말다툼을 벌이다, 두 명이 합동으로 피해자를 수십 차례 폭행한 일로 나란히 교도소에 가게 됐다.
이 밖에도 2인 1조로 함께 물건을 훔치다 재판에 넘겨진 경우도 있었다. 한 쌍둥이 형제는 지난 1998년부터 2020년까지 절도 범죄로 실형을 산 횟수만 각각 11회, 8회에 달했지만 또다시 절도 행각을 벌이다 교도소로 되돌아갔다. 한 사람이 물건을 훔치는 동안, 그의 쌍둥이가 주변 시선을 분산시키는 식으로 명확히 역할 분담도 했다. 지난해 12월 인천지법은 이들에게 각각 징역 2년, 징역 1년 6월을 선고·확정했다.
쌍둥이니까 범행을 쉽게 들키지 않을 거라 안이하게 생각했을 사람들. 그리고 쌍둥이라는 상황을 범죄에 악용한 사람들. 이러한 행동의 결말은 엄중한 처벌이었다.
이 기사는 2022년 04월 15일 네이버 로톡뉴스 프리미엄에 먼저 발행된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