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만남'의 덫, 100억 사기단 검거 피해자들의 말 못 할 사연은?
'달콤한 만남'의 덫, 100억 사기단 검거 피해자들의 말 못 할 사연은?
'로맨스'를 가장한 범죄, 100억 털렸다
'온라인의 달콤한 유혹' 뒤에 숨은 잔혹한 진실

조건만남 사기일당 구속 / 연합뉴스
"아무에게도 말 못 했어요. 가족도 친구도 창피하고 억울해서 미치겠는데, 피해를 당했다고 신고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조건만남' 미끼로 100억 원 가까운 돈을 가로챈 사기 조직이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꼬리가 잡혔다.
이 사건은 SNS를 통해 은밀하게 퍼진 '달콤한 만남'이라는 덫에 걸려든 수많은 남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 2일,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 수사로 드러난 이 범죄는 피해자들의 말 못 할 절규로 가득하다.
'보안 심의비'라는 덫에 걸려든 93억 원
범죄 조직은 치밀하고 교활했다. 이들은 여성의 노출 사진과 출장 만남 알선 내용이 포함된 허위 사이트를 제작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 이 가짜 사이트 광고를 게시해 남성들을 유인했다. 피해자들이 사이트에 접속해 회원 가입을 한 뒤 만남을 요청하면, '가입비'와 '보안 심의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뜯어냈다.
처음에는 소액이었지만, 단계가 진행될수록 요구하는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달하는 큰 금액을 잃은 피해자도 있었다.
약 6개월간 이어진 범행으로 이들이 가로챈 돈은 무려 93억 원에 달한다. 경찰은 사회 초년생들이 캄보디아로 해외 취업을 갔다가 이 범죄에 가담했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법의 칼날, 사기꾼에게 향하다
경찰은 캄보디아에 숨어있던 총책 A(42)씨와 중간 관리자 B(26)씨를 포함한 조직원 11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사기죄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다.
피해액이 5억 원을 넘으면 가중처벌 대상이 되는데, 이들의 범죄 수익금은 무려 93억 원이다. 법원은 이들의 조직적인 범행에 공동정범을 적용해 엄중한 처벌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 거점을 둔 조직은 수사망을 피하기 쉬워 보이지만, 강원경찰청은 국제 공조를 통해 캄보디아에 남아있는 일부 조직원까지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날로 진화하는 온라인 범죄에 맞서는 수사기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숨겨진 93억의 행방, 피해자는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피해자들이 잃은 돈을 되찾을 수 있는지 여부다.
범죄로 취득한 93억 원은 '범죄수익'으로 분류되어 법원의 몰수·추징 대상이 된다.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과 함께 범죄 수익에 대한 몰수 또는 추징이 선고될 수 있다.
만약 이 돈이 실제로 회수된다면,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환부될 가능성이 높다. 피해자의 수가 많고, 피해 금액이 크며, 범죄 수익이 해외로 반출되어 개별적으로 피해 회복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피해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조건만남'이라는 목적 때문에 신고를 망설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는 35명뿐이며, 이는 실제 피해 규모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범죄자들이 이미 자금을 소비했거나 은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피해자 보호와 익명성 보장을 통해 신고를 활성화하고, 범죄 수익 추적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사건은 디지털 시대에 맞춰 진화하는 사기 범죄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온라인에서 은밀하게 발생하는 유혹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사회적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