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재판' 무죄 받았지만…악플에 멍든 경비원은 아직 고개를 들지 못한다
'초코파이 재판' 무죄 받았지만…악플에 멍든 경비원은 아직 고개를 들지 못한다
150원어치 간식에 절도죄 기소
법원 "고의성 없다" 무죄 선고
악플·시선에 두 달간 급여 포기하고 숨어 지내

초코파이 하나 먹었다고 ‘절도범’이 됐던 경비노동자. 법적으로는 누명을 벗었지만, 2년 동안 ‘잡범’으로 낙인찍히며 겪은 상처는 깊게 남았다. /셔터스톡
고작 150원. 초코파이와 커스터드 빵 하나를 먹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섰던 경비노동자 A씨가 2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법원은 그에게 죄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잡범'으로 몰려 손가락질받았던 지난 시간의 상처는 깊게 패었다. 2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는 유승민 작가가 출연해 이 기막힌 사건의 전말과 A씨의 심경을 전했다.
관행인가 절도인가... 법원의 판단은 "무죄"
사건의 발단은 전북 완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출고센터에서 일어났다. 이곳에서 근무하던 하청업체 소속 경비노동자 A씨는 사무실 냉장고에 있던 초코파이 등 간식 150원어치를 꺼내 먹었다가 절도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는 유죄 가능성까지 거론됐으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결정적인 근거는 관행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동료 보안업체 직원들은 "새벽 근무를 하면서 냉장고 간식을 제공받은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동료 39명이 제출한 진술서 역시 재판부의 심증을 굳히는 데 일조했다. 만약 유죄가 확정됐다면 A씨는 경비업법에 따라 직장에서 해고될 위기였으나, 상식적인 판결로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얼마나 궁색하면..." 무심코 던진 돌에 맞은 2년
무죄 판결로 법적 공방은 끝났지만, A씨가 겪은 사회적 형벌은 가혹했다. 사건을 맡았던 박정교 변호사는 방송을 통해 A씨가 겪어야 했던 수모를 전했다.
박정교 변호사는 "A씨가 초코파이 하나 먹은 것으로 재판까지 받는 상황 자체를 너무 창피해했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를 치욕스러워했다"고 밝혔다.
A씨는 가족에게조차 이 사실을 숨겼다. 하지만 한 방송 보도에 뒷모습이 나가면서 가족들이 알아보게 되었고, 주변 지인들까지 알게 되면서 비난이 쏟아졌다. "너는 무슨 초코파이로 구설수에 오르냐", "얼마나 궁색하면 훔쳐 먹냐"는 비아냥거림과 기사에 달린 악성 댓글은 A씨의 가슴을 후벼 팠다.
심지어 일부 언론사는 A씨의 근무지를 찾아와 주변을 탐문했고, 사건과 무관한 과거사까지 들추어냈다. 박 변호사는 "A씨가 주변 시선이 신경 쓰여 출근을 할 수가 없었다. 급여를 두 달이나 못 받는 것을 감수하고도 회사를 나가지 못했다"고 전했다.
"자백하면 용서해 주겠다"... 회유와 구조적 모순
재판 과정에서 보안업체 측의 회유도 있었다. 업체 측은 "절도 사실을 인정하고 자백하면 합의서를 써주겠다"며 마치 호의를 베푸는 듯 접근했다. A씨와 변호인은 이를 거절하고 끝까지 싸웠지만, 그 과정에서 느낀 압박감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이면에는 복잡한 하청 구조가 얽혀있다. A씨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소기업, 소규모 업체를 거치는 4단계 계약 구조의 최하단에 있는 인력 파견 재하청 업체 소속 무기계약직이다.
A씨는 서면 입장을 통해 "원청사의 개입 없이는 발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원청사에 대한 섭섭함과 원망이 더 깊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소가 노조 탄압과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A씨는 다음 달 초 복직할 예정이다. 검찰이 상고를 포기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150원짜리 간식 하나에 노동자의 생존권을 걸고 넘어진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노동 현실과 법의 적용이 얼마나 가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