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감옥 가요!" 아들의 비명에도... 눈앞에서 쇠파이프로 엄마 내려친 아빠
"아빠 감옥 가요!" 아들의 비명에도... 눈앞에서 쇠파이프로 엄마 내려친 아빠
"딸 가방 가져가라" 집으로 불러 쇠파이프로 25회 폭행
목 졸라 확인 사살까지

이혼 소송 중이던 아내를 집으로 유인해 쇠파이프로 수십 차례 때리고 목 졸라 살해한 남편에게 법원이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셔터스톡
2021년 11월, 남편 A씨는 아내 B씨에게 '사랑의 서약서'라는 각서를 썼다. "엄마로서의 자격을 비난하지 않겠다", "의처증 오해를 살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이혼 소송을 냈던 아내는 남편의 맹세를 믿고 소송을 취하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23년 12월 3일. 아내 B씨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다. 사인은 머리의 찢긴 상처와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
범인은 남편 A씨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형사부(재판장 허경무)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법원이 "잔혹한 범행 수법"이라며 혀를 내두른 그날의 진실을 판결문을 통해 살펴봤다.
"너 같은 여자는 서울역에 널려 있다"… 가스라이팅의 서막
비극의 씨앗은 오래전부터 뿌려졌다. A씨는 평소 아내에게 "너 같은 여자는 서울역 가면 널려 있다"는 식의 비하 발언을 일삼았다. 2018년에는 아내와 상의 없이 자녀들만 데리고 뉴질랜드로 이주해버렸고, 떨어져 지내는 동안 아내의 외도를 끊임없이 의심했다.
그의 괴롭힘은 치밀했다. 아내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현관 신발을 보여달라고 하거나, 3개월 치 통화내역을 떼어 오게 해 "누구와 왜 통화했는지" 해명하게 했다.
심지어 자녀들을 정서적 학대 도구로 썼다. 딸에게 "엄마는 너희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주입하고, 영어로 욕설을 하게 시킨 뒤 이를 녹음해 아내에게 전송하기도 했다. 견디다 못한 아내가 결국 2023년 11월, 딸과 함께 집을 나와 두 번째 이혼 소송을 제기하자 A씨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딸 가방 가져가라"… 함정이 된 집
범행 당일인 2023년 12월 3일, A씨는 딸이 집에 두고 간 책가방을 미끼로 던졌다. 아내 B씨에게 "가방을 가져가라"며 집으로 불렀다.
저녁 6시 45분경 집에 도착한 아내는 딸의 옷도 챙겨가겠다고 말했다. 그 순간, A씨는 격분했다. 그는 쇠파이프를 집어 들었다. 그가 평소 '고양이 놀이용'이라며 집에 두었던 물건이었다.
녹음기에 담긴 25번의 타격음과 아들의 비명
A씨는 재판 내내 "아내가 먼저 고양이를 발로 차고 나를 때려서 우발적으로 그랬다"며 정당방위와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하지만 현장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녹음 파일이 그의 거짓말을 탄핵했다.
녹음 파일에는 고양이가 차이는 소리도, 아내의 공격 소리도 없었다. 대신 A씨가 쇠파이프로 아내를 내리치는 소리만 최소 25회 이상 담겨 있었다.
더욱 충격적인 건, 그 현장에 어린 아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 "You could go to jail, you're going to go to jail for that! (그러다 감옥 가요, 아빠 감옥 간다고요!)"
아들이 방에서 나와 말리는데도 A씨는 "나오지 마"라고 소리치며 아내를 다시 가격했다. 피투성이가 된 아내는 아들을 향해 절규했다. "경찰 좀 불러줘. 엄마 죽어."
이것이 녹음 파일에 담긴 아내의 마지막 목소리였다. A씨는 쓰러진 아내의 배 위에 올라타 목을 졸라 확인 사살까지 했다.
119 대신 부친에게 전화
범행 직후 A씨의 행동은 엽기적이었다. 그는 아내를 2~30분 이상 방치했다. 119에 신고하지도 않았다. 대신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사이 그는 공포에 질린 아들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행동을 변명했다. "엄마가 고양이를 해치려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아내가 죽어가는 상황에서 아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 "고양이는 어디 있니? 고양이는 괜찮니?"
재판부는 이 대목에서 "몰인간적 태도마저 느껴진다"고 질타했다.
법원의 판결 "엄벌이 불가피하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A씨가 고양이 핑계를 대지만 녹음 파일엔 피해자의 공격 소리가 전혀 없다는 점을 들어 계획적인 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쇠파이프로 머리 등 급소를 수십 차례 가격하고, 아들이 보는 앞에서 목을 졸라 살해한 범행 수법의 잔혹성을 지적했다.
특히 아들이 '감옥 간다'고 말렸음에도 멈추지 않았고, 범행 후 구호 조치 없이 아들에게 변명만 늘어놓은 점을 들어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여 자녀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며, "엄벌을 탄원하는 유족들의 호소를 무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