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 파손, 네가 증명해"라는 집주인… 법은 "임대인이 과실 입증해야"
"타일 파손, 네가 증명해"라는 집주인… 법은 "임대인이 과실 입증해야"
전세 살면 수리도 세입자 몫?
법적 책임 따져보니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어느 날 갑자기 화장실에서 '펑' 소리와 함께 타일이 박살 났다면 수리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한 임차인은 집주인으로부터 "당신이 고치라"는 요구와 함께 소송 협박까지 받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집주인의 '수선의무' 위반이라고 입을 모은다. 세입자의 고의나 과실이 아닌 자연 발생 하자는 임대인 책임이며, 입증 책임 또한 임대인에게 있다는 것이다.
"펑 소리와 함께 와장창"...집주인은 "네 탓, 소송하자"
전세로 거주 중인 A씨는 한 달 전 섬뜩한 경험을 했다. 화장실에서 갑자기 '펑펑'하는 큰 소리가 나더니 타일이 저절로 깨지고 금이 가 있었다. 즉시 사진을 찍어 집주인에게 수리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것은 "살다가 생긴 일이니 임차인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냉담한 답변이었다.
심지어 수리비용을 반반씩 부담하거나, A씨가 부당함을 호소하자 "그럼 소송으로 하자"며 으름장을 놓았다.
집주인은 "소송하면 임차인 원상복구 의무 때문에 당신이 더 불리하다"며 "당신 실수나 고의가 아니란 걸 증명할 수 있냐"고 A씨를 압박했다. 나아가 "전세는 임대인 소득이 없으니 살고 있는 임차인이 수리하는 게 맞다"는 법적 근거 없는 주장까지 펼쳤다.
전문가들 "명백한 임대인 책임"…입증 책임도 집주인에게
집주인의 주장과 달리, 법률 전문가들은 책임의 무게추가 임대인 쪽으로 기운다고 분석한다. 주요 설비의 파손은 임대인의 수선의무 범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수앤인 합동법률사무소 박수진 변호사는 "일상적인 수리 -전구, 수전 등은 임차인이 부담하는 것이지만, 보일러교체나 타일에 금이 가고 깨지는 것의 수리의무는 임대인이 지는 것입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핵심은 '누가 파손의 원인을 증명해야 하는가'이다. 집주인은 A씨에게 '고의가 아님을 증명하라'고 요구했지만, 법적으로 입증 책임은 정반대다. 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임차인의 과실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구조적인 하자로 인한 수선은 임대인이 책임져야 하는 사안으로 보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조대진 변호사 역시 "임차인의 과실에 대해 임대인이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라며 같은 의견을 냈다. 결국 집주인이 A씨의 잘못을 객관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는 한, 수리 책임은 집주인에게 있다.
'자연 노후'는 세입자 책임 아냐…소송 두려워 말고 '이것'부터
법원의 판례 역시 임차인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우리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존속 중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규정한다.
A씨의 사례처럼 특별한 충격 없이 타일이 저절로 깨진 것은 건물의 노후화나 내부 배관 문제 등 구조적 결함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임차인이 통상적인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상의 손모(손상 및 마모)'에 해당하며, 세입자의 원상회복의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A씨는 집주인의 소송 협박에 위축될 필요가 없다. 법적 분석에 따르면 소송으로 가더라도 임차인이 불리하지 않으며, 오히려 입증 책임 부담을 안고 있는 임대인이 더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파손 경위를 기록하고 사진·영상 등 증거를 확보한 뒤, 민법 제623조에 근거한 수리를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라고 조언한다. 이는 임대인의 의무 이행을 공식적으로 촉구하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 이후에도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대한법률구조공단이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등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