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오피스텔은 '노래방'…소음 지옥에 갇힌 남성, 법적 대응 가능할까
새벽 4시 오피스텔은 '노래방'…소음 지옥에 갇힌 남성, 법적 대응 가능할까
한 달간 6차례 소음 발생, 2차례 경찰 신고…'소음 지옥'에 갇힌 남성의 호소

오피스텔 이웃의 반복되는 소음으로 고통받는다면, 소음 유발자는 물론 이를 방치한 임대인에게도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새벽 4시 오피스텔 노래방…'소음 지옥' 이웃, 법의 심판대 세울 수 있나
새벽 3시, 벽을 뚫고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에 한 남성의 평온한 일상이 산산조각 났다. 잠을 설치다 못해 업무까지 지장을 받게 된 A씨가 한 달 넘게 이어진 '소음 지옥'을 끝내기 위해 법의 문을 두드리기로 했다. 그의 일상을 망가뜨린 건 바로 옆집 오피스텔에 사는 여성 B씨였다.
6차례의 소음, 2번의 신고…절규는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9월 19일 새벽 1시 30분, B씨 집에서 시작된 술자리 소음이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10월 한 달 동안 B씨는 새벽 시간대에 친구들을 부르거나 세탁기와 건조기를 돌렸고, 심지어 고성방가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등 소음을 유발했다. A씨는 그때마다 관리실과 임대인에게 호소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A씨의 기록에 따르면 소음은 주로 새벽 1시에서 4시 사이에 집중됐다. 급기야 10월 25일 새벽에는 B씨 집에서 한 남성이 소리를 지르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녹화하기에 이르렀다.
경찰 신고, 관리실 통보, 임대인을 통한 경고까지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소음은 멈추지 않았다. A씨는 "밤마다 잠을 설치니 낮에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다"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법의 심판대에 오른 '소음', 열쇠는 '수인한도'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사례가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한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쉴드의 이진훈 변호사는 "소음이 사회 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는 수준(수인한도)인지를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시끄럽다는 주관적 감정을 넘어, 소음이 언제, 얼마나,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다.
법원은 소음의 크기, 발생 시간대(특히 심야), 지속성과 반복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인한도 초과 여부를 판단한다. A씨가 경찰에 2차례 신고하는 한편, 한 달간 발생한 총 6차례의 소음에 대해 발생 일시와 내용을 꼼꼼히 기록하고 동영상 증거까지 확보한 점은 소송에서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 변호사는 "소음 측정 앱을 통한 수치 기록이나, 수면장애 등에 대한 의학적 진단서를 추가로 확보한다면 승소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내 집인데 왜 참나'…소극적인 집주인에게도 책임 물을 수 있어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소음 유발자 B씨뿐만 아니라 '임대인'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이 임차인이 해당 공간을 문제없이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즉, 임대인은 다른 임차인의 소음 문제로 세입자가 고통받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A씨가 수차례 소음 문제를 알렸음에도 임대인이 B씨에게 단순한 구두 경고 외에 계약 해지 검토 등 실질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이는 임대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A씨는 임대인을 상대로도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소송만이 능사는 아니다…'측정'과 '조정'으로 해결 실마리
변호사들은 곧바로 소송에 돌입하기보다 몇 가지 단계를 먼저 밟아볼 것을 추천한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연락해 전문가의 소음 측정을 받는 것이 대표적이다. 객관적으로 측정된 소음 데시벨(dB) 수치는 법정에서 무엇보다 강력한 증거가 된다.
또한 법원의 판결보다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 위원회의 조정안은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지녀, 소송 없이도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한 달 넘게 이어진 소음 지옥에서 벗어나 평온한 일상을 되찾기 위한 A씨의 법적 여정이 막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