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바코드 찍었는데" 다이소 셀프계산대, 한순간에 절도범 된 사연
"내 아이가 바코드 찍었는데" 다이소 셀프계산대, 한순간에 절도범 된 사연
8살 아이의 계산 실수, 아빠는 '기소 의견' 송치
법조계 "고의성 입증이 관건, 억울하다면 적극 다퉈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8살 아이와 함께한 다이소 쇼핑이 악몽으로 변했다. 아이가 셀프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다 실수로 물건 2개를 누락했는데, 한 달 뒤 절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검찰에 넘겨졌다.
고의가 없는 단순 실수가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지, 법률 전문가들은 '절도의 고의'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고음과 '괜찮다'는 직원의 안내
A씨는 최근 8살 아이와 다이소에서 쇼핑을 마친 뒤 셀프계산대를 이용했다. 바코드 찍기를 좋아하던 아이에게 계산을 맡긴 것이 화근이었다.
아이는 신나게 바코드를 찍었지만, 1만 원짜리 물건 등 2개의 상품이 누락됐다. 계산을 마친 아이가 먼저 출구로 나가자 '삐-' 하는 경고음이 울렸다.
A씨가 당황한 사이, 아이는 다시 돌아와 "계산 안 됐어요?"라고 물었다. 이때 출구 앞 직원이 다가와 직원용 카드를 단말기에 찍으며 "문제없으니 그냥 나가셔도 된다"고 안내했다.
A씨는 직원의 말을 믿고 별다른 의심 없이 매장을 나섰고, 영수증은 무심코 버렸다.
평화로운 일상은 한 달 뒤 깨졌다. 경찰서에서 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이 온 것이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훔칠 의도가 전혀 없었고, 아이의 실수와 직원의 안내가 있었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사건은 결국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핵심은 '훔치려는 마음'
A씨의 사연이 알려지자 법률 전문가들은 절도죄의 핵심 요건인 '법영득의사'에 주목했다.
불법영득의사란 다른 사람의 물건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이용하거나 처분하려는 고의적인 의도를 말한다.
형법 제329조가 규정하는 절도죄는 단순히 물건을 가져오는 행위만으로는 성립하지 않으며, 바로 이 '훔치려는 마음'이 입증되어야 한다.
변호사들은 A씨의 경우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정황이 많다고 분석한다.
- 아이가 계산을 주도해 실수가 발생할 여지가 충분했다는 점
- 경고음이 울리자 도망치지 않고 직원에게 확인을 받았다는 점
- 직원이 직접 "괜찮다"며 내보내 준 점
등은 일반적인 절도범의 행동과 거리가 멀다.
한 변호사는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것은, 계산되지 않은 물건이 매장 밖으로 나간 객관적 사실 자체에 주목한 것"이라며 "고의성 여부에 대한 법리적 판단은 검찰과 법원의 몫으로 남겨둔 셈"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단계에서의 세 가지 시나리오와 대응 전략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다고 해서 A씨가 전과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검사는 경찰 수사 기록과 A씨의 주장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결정한다. 가능한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 가장 좋은 결과: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 절도의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되면 사건은 그대로 종결된다.
- 다음 가능성: '기소유예' 처분. 혐의는 인정되지만, 초범이고 피해 금액이 적으며, 사건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을 때 재판에 넘기지 않고 기회를 주는 제도다. 기소유예는 전과 기록에 남지 않는다.
- 최악의 경우: '약식기소(벌금형)'나 '구공판(정식 재판)' 청구. 벌금형이라도 유죄 판결이므로 전과 기록이 남는다.
법조계는 A씨가 기소유예 이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배경민 변호사(법률사무소 제일로)는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해당 다이소 매장 측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피해 금액을 변제한 뒤,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합의서나 처벌불원서를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해자와의 합의는 검찰 처분이나 재판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억울함 해소의 열쇠: CCTV 영상과 직원의 진술
결국 A씨가 억울한 혐의를 벗기 위해서는 '고의가 아닌 실수'였음을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변호사들은 당시 상황이 담긴 매장 CCTV 영상과 A씨를 내보내 준 직원의 진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상훈 변호사(법무법인 대환)는 "절도를 하려는 사람이라면 경고음이 울렸을 때 다시 돌아와 확인을 거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단순 실수에 불과하고 과실절도는 처벌되지 않으므로, 검찰 단계에서 이런 점을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셀프계산대 보편화와 함께 A씨와 유사한 사례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한순간의 실수가 절도라는 주홍글씨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억울한 상황에 처했을 때 초기부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